회원기자 이선희
최근 우연한 기회로 파독간호 인력 중 절반이 간호조무사였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머나먼 타국 땅인 독일로 떠나 대한민국의 발전은 물론이요, 독일에 노동력을 제공했던 파독 간호 인력에 그동안 간호사들만 포함된 줄 알고 있었다. 그만큼 파독간호조무사 선배들의 과거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내게는 없었다. 이미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파독간호 여성들의 이야기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게 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박물관에 들어선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벅차오름이 느껴졌다.
비록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따로 나눠서 열린 전시회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조국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맞지 않았던 독일에 정착해 살았던 간호 인력들의 녹록치 않았던 삶과 애환 등이 느껴졌다.
아무리 국가와 국가 간의 정책에 의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낯선 땅에서 대한민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 떠난 여성들. 그렇게 교민 1세대를 형성하기까지 선배들이 노력한 모든 일들이 전시물 하나하나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우리 주변의 사회적 인식과 심지어 간호조무사인 나조차도 ‘독일로 간 여성’하면 간호사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간호사뿐만이 아닌 간호조무사도 함께 독일에서 활동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회는 ‘간호’라는 단어 아래 그 시대를, 그 곳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선배들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지금보다 더 파독 간호조무사의 역사와 선배들의 발자취, 업적은 재조명 돼야 할 것만 같다. 그래야만 선배들의 빛나는 역사를 뒤 따를 수 있는 후배들이 자긍심을 갖고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전시회를 함께 관람한 간호사인 조카가 내게 남긴 한마디가 앞으로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했다. “지금 이 공간에서 간호조무사인 이모와 간호사인 제가 같이 파독 간호 인력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선배들이 가치 있는 일을 남겨 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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