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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인터뷰

“간호조무사와 캘리그라퍼 모두 ‘마음치유’하는 사람들입니다”

【간호조무사 출신 캘리그라퍼 김은주씨 인터뷰】

 

 

흔하지 않아요. 개성 있는 글씨체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일부러 찾아와 배우고 있어요

일주일에 이틀, 일 대 일 수강을 위해 일부러 먼 거리에서 찾아온 수강생은 캘리그라퍼 김은주씨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공방에는 김은주씨가 직접 쓴 캘리그라피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은 수강생의 말처럼 글귀마다, 그 내용과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글씨체로 표현되어있다.

 

약 두 시간의 강습을 마친 후, 김은주씨는 혼자 또 붓을 잡는다. “지금도 매일 하루에 3~4시간씩 연습을 해요. 그래야 나만의 글꼴을 계속해서 찾을 수 있거든요

 

 

 

작년 여름 신도림역 역사 내 고리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연 김은주씨는 그 해 가을 전주의 카페&갤러리 티모먼트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를 통해 약 4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업계의 높은 평가를 얻은 김은주씨였지만 지금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늘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전시회를 열고 강습도 할 수 있었다.

 

현재 캘리그라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은주씨의 원래 직업은 간호조무사였다. “고향인 전주에서 1992년도에 자격증을 취득해 약 17년 간 간호조무사로 일했어요. 간호조무사가 저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일했죠.”

뛰어난 실력으로 의사에게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중, 김은주씨는 육아를 위해 잠시 휴직을 선택했다. 이후 우연히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빠졌다고.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지 좋아하고 또 잘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캘리그라피를 보게 됐고 호기심에 시작하게 된거죠.”

김은주씨는 그동안 병원에서 일하며 쏟았던 모든 열정을 캘리그라피에 쏟았다. “5개월 간 문화센터를 다니며 기초를 배우고 그 이후부터는 혼자 독학을 했어요. 새벽 2~3시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김은주씨는 캘리그라피에 몰입하며 2016년 캘리그라피 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예술문화협회 예술제전에 작품을 출품해 동상을 받기도 했다.

 

 

 

김은주씨는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마음치유라고 표현한다. “캘리그라피를 할 때는 우선 쓰고자하는 그 글귀를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래야만 그에 맞는 글꼴로 의미 표현이 가능하거든요. 그렇게 늘 좋은 글귀를 보고 나만의 해석을 덧입히는 작업을 하다보니 마음의 평온을 찾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은주씨는 간호조무사와 캘리그라퍼의 공통된 매력 또한 이것이라고 말한다. “간호조무사는 환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간호 인력이잖아요. 그들을 통해 몸의 치유도 받지만 마음의 편안함도 얻을 수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캘리그라퍼도 늘 좋은 글귀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간호조무사와 캘리그라퍼는 마음치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은주씨는 현재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글씨를 잘 못쓰는데도 캘리그라피를 잘 할 수 있을까요?’입니다. 그러나 캘리그라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씨를 잘 쓰느냐 못 쓰느냐가 아니라 그 글씨들의 구성과 조화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입니다. 그것이 좋은 작품의 기준이 되는거죠. 우리 간호조무사들도 각각의 현장에서 구성원들과 조화를 잘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어린 친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돛을 달아 너에게 가고싶었다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아끼는 것이라며 김은주씨가 소개한 캘리그라피의 글귀다. “이 내용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캘리그라퍼, 간호조무사가 되고싶어요

늘 희망을 담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김은주씨. 밝은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말투,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그녀가 그려낼 또 다른 미래가 기대된다.